삶의 지혜2007. 12. 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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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자에게만 허락된 것

-『핑!』을 읽고-

옥과장


  이 책은 첫 장부터 심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동화인가? 우화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개구리 이야기’로 우리한테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무엇일까? 지금껏 자기를 계발하고 숨어있는 의지를 북돋기 위해 나온 여느 다른 책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을 다 읽고 있었다.


  말라붙은 연못에서부터 개구리 ‘핑’의 고민은 시작된다. 핑은 연못에서 평화롭고 한가로운 삶을 살았다. 기껏해야 돌 위에서 물속으로 뛰어드는 일이 고작이던 삶에 위험이 닥쳤다. 삶의 터전이었던 연못이 어느 순간부터 말라가는 것이다. 핑은 연못에서 그냥 그대로 적응하며 살다가 죽든가, 더 나은 삶의 터전을 찾아 헤매다 죽든가 둘 중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우리의 ‘핑’은 어렵고 험난한 길을 선택한다.


  핑이 ‘부엉이’를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부엉이는 철저하게 ‘안내자’ 역할만 한다. 그냥 입에 물어다가 숲에서 좀 빼내주면 될 것을 부엉이는 얄미울 정도로 핑이 굳이 그 짧은 다리로 뛰어오도록 한다. 하지만 내 짧은 생각이었다. 그것은 결국 핑이 단련되고 스스로 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현실에서 부엉이 같은 스승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위에서 일생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스승을 가진 자가 몇이나 되던고. 이 책에서는 현실에서 확률이 낮은 스승을 말한다기보다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해 주고 포기하지 않도록 의지를 심어주는 ‘핑’의 ‘또 다른 핑’, 즉 ‘나’의 ‘또 다른 나’가 아닐까.


  ‘철썩강’을 건너기 위해 핑이 뛰어오를 때 얼마나 조마조마 했던가. 처음 연못을 떠날 때, 숲에 갇혀 있을 때, 부엉이를 만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또 하며 여기까지 이른 것 등 그동안 핑의 고난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순간이다. 그때, 우리와 함께 가슴을 졸이며 있던 부엉이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매의 밥이 된다. 이 상황을 본 핑은 놀라 강에 빠져 버린다. 기가 막힌 반전이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철썩강을 훌쩍 넘어버려 핑이 소원하던 것을 이루었다면 얼마나 흔하디흔한 이야기가 되었을까. 예상치 못한 매의 출현에 놀랄 틈도 없이 강에 빠져버린 핑을 걱정하며 우리는 새로 시작될 이야기를 기대한다. 


  앞서 말했듯이 부엉이는 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 답은 핑만이 알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알고 있다기보다 도전하면서 시련을 겪으면서 서서히 답을 찾는 방법을 깨닫는다. 물을 거슬러 올라가다 온갖 죽을 고비를 다 겪다가 물에 몸을 맡기게 되면서 핑은 부엉이가 남겼던 그 알 수 없는 말들이 무슨 뜻인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부엉이가 핑의 또 다른 핑이라고 했을 때 핑은 이미 성장해 버려 부엉이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한마디로 부엉이의 역할은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부엉이의 죽음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다. 미성숙했을 때는 꼭 필요했지만 성장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도 되는 기저귀 같은 게 아닐까. 


  이 책은 친절하게도 의지를 샘솟게 하는 중요한 구절들을 연한 초록색으로 나타내 놓았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을 다음에 다시 찾아 읽기 위해 밑줄을 그어 둔다든가 뭔가를 끼워 놓지 않아도 되도록 눈에 피로가 가장 적다는 연한 초록색으로 글자로 나타냈다. 독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로 느껴진다.   

  연한 초록색 문장은 또 다른 역할도 한다. 처음엔 그냥 재미있게 개구리 이야기를 읽으면서 즐거워 하다가 그 이야기의 의도한 바를 어렴풋이 짐작하면서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인다. 그 마음의 동요됨을 정확하게 집어내어 문장으로 표현하여, 실천의지를 북돋아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의욕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당장에라도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연결되어야 진정 이 책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아들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길이 있다고 한들 내가 가지 않으면 소용없다. 누가 가거나 말거나 내가 가야 길이지. 가 보지 못한 길이라 두려울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도전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 역시 도전하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부터 도전은 시작될 것이다. 피잉!





『핑!』,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웅진윙스, 2006

Posted by 우리냥